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태그: 김나나

회색 방백

잘 정리된 캔버스를 마주하면서 연필로 스케치를 시작한다. 힘을 강하게 줄수록 진한 회색 이, 약하게 줄수록 옅은 회색이 그려진다. 그렇게 흰 캔버스에 처음으로 올라가는 색은 연필의 회색이었다. 그것이 좋은 그림으로 그려져 나를 즐겁게 할지, 아니면 만족스럽지 못한 결과를 나타내 나를 괴롭힐지 이 시점에선 알지 못한다. 불안함과 설렘이 교차하며 스케치를 계속 해 나아간다. 연한 회색으로 대강 구도만 잡힌 화면에 좀 더 확신이 생겨 연필 힘을 강하게 준 다. 형상이 더 구체적으로 그려진다. 그렇게 진해진 스케치를 멀리서 바라보니 무언가 어색해 보여서 지우개로 지우려 하지만, 너무 진하게 그린 탓일까 잘 지워지지 않는다. 진한 회색들은 지우개에 밀려 선의 형상에서 면의 형상으로 변하며 나를 괴롭힌다. 완벽히 지워지지 않는 저 상처 같은 회색들은 아마 물감으로 꽤 두껍게 칠해야만 사라질 것이다.하지 만 쉽사리 물감을 올리기가 쉽지 않다. 이 스케치들이 완벽해야만 좋은 그림이 그려질 수 있을 것만 같다는 생각이 나를 불안하게 만든다. 확신 없는 마음에 붓에 손이 쉬이 가지 않는다. 그래서 흰색의 화면 위엔 더 진한 회색들이 계속 올라가고 지워진다. 지우고 그리는 게 반복된 캔버스에는 이전의 깨끗한 흰색 대신에 지저분한 회색들이 가득 차게 되었다. 그 회색들은 계 속 나에게 잘 그려질것이라는 어렴풋한 확신과 더 정확하게 그려야 한다는 불안을 속삭인다. 나만이 알아들을 수 있는 그 불안과 확신의 속삭임은 마치 회색의 방백처럼 내 머릿속을 떠나 지 않았다. 전시를 기획하며 회의 중에 이야기했던 수많은 제목과 내용들은 확신 없이 그어진 불안한 연필 선과 같이 우리를 괴롭혔다. 그렇게 의미 없는 주절거림들은 수없이 겹쳐져 오히려더 견 고한 의미를 띄게 되었다. 하나씩 던져지며 그려지는 스케치처럼 가벼운 생각 위에 더 구체적 인 생각들이 얹어지고 그것들을 통해 초조한 불안 대신 어렴풋한 확신이 생겨났다. 이 과정은 대학원에 재학하며 느꼈던 감정들과 비슷했다. 좋은 작업을 해낼 수 있을 것 같다는 다소 막연 하게 고양된 감정은 작업을 진행해 나감에 따라 불안과 초조함으로 바뀌었고, 거기서 오는 두 려움은 오히려 작업에 몰두하게 만드는 원동력이 되어 스스로를 견고하게 만들었다. 그렇게 대학원생이라는 삶의 스케치 단계에서 오는 불안과 확신의 양가감정은 흰색과 검정 색 사이에서 방황하는 회색같이 우리에게 말을 걸었던 것이다. 이 전시를 통해 어떤 이야기를 하고자 하진 않는다. 다만 우리 스스로를 되돌아보고 다른 이들과 작업에 대한 이야기를 나눌 수 있는 하나의 기회가 되는 전시로, 대학원생이라는 불안한 스케치와 같은 단계에서 작가라 는 더 확신 할 수 있는 단계로 나아가는 좋은 경험적 발판이 되기를 바란다. 손민석   전시기간: 2018.11.05-11.11 전시장소: 인천광역시 중구 개항로 75-1, 플레이스막-인천 홈페이지: http://www.placemak.com/page_RhAZ68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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